Why I Run (feat.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


Covid & WFH

2022년 2월, 갑작스럽게 우리의 일상을 침범해온 코로나. 2022년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비일상적인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 한 해로 요약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제한된 모임으로 인해 시작된 리모트 근무와 WFH (Work From Home).

“건강하게 지내고 곧 만나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지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인사를 나누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훌쩍 지났다. 학교 다닐 때보다 회사생활을 하게 되는 이 시점에, (백수가 아니고서야) 더욱 더 오랜 시간을 집에서 머물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덕분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꽤나 자주 보던 친구들과의 평화롭던 일상을 누리기에는 제약이 많았던 시간이기도 했다. 마스크와 습관적 손씻기를 통해 피해갈 수 있으려나 싶었던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결국 피하지 못해 된통 당했던 때도 있었다. 새로 입사한 팀원의 온보딩 기간 동안만 일시적으로 오피스에 출근하여 대면 근무를 하던 때에 드디어 걸려버렸던 것이다.


Why I Run?

백신패스 만료와 함께 실내 운동이 불가해지자, 근질거리는 몸을 참을 수 없었다. 집에서 아무리 실내사이클을 돌려봐도, 그 동안 PT와 요가로 혹독하게 단련시킨 몸 탓인지 별 다른 자극이 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외 운동을 하자니, 바야흐로 한 겨울인 시점. 더더군다나 나 홀로 운동하기엔 쉽사리 의지가 생기지 않는 강추위가 맞서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궁여지책으로 동네 러닝 크루에 게스트로 참가하게 되었다.


첫 술에 배부르다 못해 체할 것 같던 7Km

2022년 2월, 영하의 추위를 뚫고 처음 참가한 러닝 크루에서의 게스트런에서 무려 7km를 뛰었다. 하필 게스트가 나 혼자 뿐이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일까… 헬스장 트레이드밀 위에서만 인터벌로 뛰어본게 전부인 나였지만,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발맞춰 천천히 뛰다보니 한 번도 안 쉬고 7km를 뛰긴 뛰었다.

인터벌로 걷뛰걷뛰 할 때는 중간에 너무 숨이 차면 잠깐 쉬어갈 수 있었다. 그치만 러닝크루에서의 첫 7km는 달랐다. 처음 뛸 때는 정말 말 그대로 ‘죽는줄’ 알았는데, 땅은 안그래도 무거운 발을 아래로 잡아당기고,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에 목은 따끔따끔 아팠다. 그럼에도 지금 한걸음, 이 한걸음만, 하면서 뛰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발이 움직이고 있는 듯한 관성의 축복이 첫 러닝엔 찾아 오…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면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다" 의 명제를 깨닫게 된 순간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나 혼자였더라면, 분명 7km를 못 채우고 중간에 분명 멈추었을 것이다. 함께 달리니 느리지만 완주해냈고 이 때부터 나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초심자의 행운

처음인데 7km를 뛰어버린 나는 그렇게 정식 크루원이 되었다. 7km를 7분 페이스로 뛰었으니, 더 짧은 거리는 더 빠르게 뛸 수 있을 것이라는 크루원들의 조언을 따라 차근차근 페이스를 개선해보기로 했다.

정기적으로 크루런에 나가 3-5km씩 달리다보니 한 달만에 페이스를 6분 초반까지 당길 수 있었다. 러닝은 처음이지만, 아마도 요가나 웨이트 등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한 운동과 아예 멀리 지내지 않았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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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눈에 띄게 페이스가 빨라지니, 자연스레 더 먼 거리도 더 빠른 페이스로 달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동시에 매 번 같은 코스만 달리기보단, 다양한 곳의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오랜 기간 나의 고향이었던 송파구는 이러한 점에서 달리기에 최적인 곳이었다.

우선, 다른 곳보다 평지 비율이 매우 높다. 언덕이 거의 없고 도로도 넓고 석촌호수와 올림픽공원, 한강 공원 등 어디든 달릴 공간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달리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다.

또한 계절의 변화를 시시때때로 느끼기에 적합하다. 한겨울에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춥고 아직 달리기에 적응이 안되었던지라 자꾸 가빠지는 호흡과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조금씩 호흡이 덜 가빠지니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봄에는 여기저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벚꽃런을 마음껏 뛰었다. 지구의 날에는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런에도 참여해보았다.


추위보다 무서운 한여름의 불볕더위

나름 꾸준히 달리다보니 5km 남짓한 거리가 약간 시시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동시에 어디까지가 나의 한계일까? 라는 근거있는 무모한 생각과 함게 호기심이 생겼다.

보통 달리기 대회는 봄 혹은 가을에 열린다. 달리 이야기하면, 여름과 겨울은 달리기 힘든 시기라고 반대로 역추적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여름을 경험하는 런린이인 나는 이 말의 뜻을 제대로 경험하기도 전에 일단 대회를 등록해버리게 되었다.

한겨울은 그래도 꽁꽁 싸매고 달리면 몸이 데워지면서 덜 춥게 뛰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여름은 달랐다. 집을 나서자마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숨은 왜 이렇게 안쉬어지고 온 몸이 물에 젖은 솜마냥 무거운지. 땀이 범벅인 상태로 뛰고나니, 차라리 해가 없는 때인 동틀녁 즈음인 이른 새벽이 그나마 하루 중에 가장 시원하다는 것을 깨닫고 생전 일어난 적이 없던 5시에 알람을 맞추기 시작했다.

여름 제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한라산 등반이 꽤나 좋은 피서가 될 수 있다. 해발 1,947m 의 고지대인 덕분에 땅에 붙어있는 것보다 시원했다 ㅋㅋ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far, go together.

더위는 가실 줄 모르게 더 더워지는 동시에 일단 등록해버린 대회 일자는 가까워고 있었다. 10km는 아직 뛰어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1자리 수가 아닌 2자리 수의 부담감이 뛰어보기 전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회사에서의 3-6-9 법칙처럼, 달리기도 이상하게 5km를 달릴 때는 3km 전후 구간에서 멈추고 싶은 생각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고 10km를 뛰려니 7-8km 사이 구간에서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으로 자꾸 멈추게 되었다. 이대로면 처음 나가는 10km 대회에서도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기는 커녕, 스스로 타협하고 잠시 멈추는 시간을 이겨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첫 크루런에서 함께한 덕분에 7km를 뛸 수 있던 기억을 되새기며, 첫 10km도 크루원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첫 10km 완주의 성취감은 지금까지도 나를 계속 달리게 하는 도파민이자 원동력이다. 그 날 뛰고 나서 먹은 콩나물 국밥은 생전 먹은 콩나물 국밥 중에 으뜸이었다. 궁금하면 한 번 10km 뛰어보고 먹어보시라!


첫 마라톤 대회, Style Run

초심의 7km와 동일한 거리인 7km 대회인 Style Run에 참가했다. 올림픽 공원을 바깥에서 한 바퀴 돌면 5km 인데, 롯데월드 타워에서 시작해서 올림픽공원 한 바퀴를 돌고 다시 회귀하는 코스였다. 이어지는 10km 대회를 위한 워밍업 대회 정도로 생각하고 부담없이 뛰었다.

10명 남짓 달리는 크루런도 함께한다는 느낌이 충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몇천명 혹은 많게는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대회는 차원이 달랐다. 흔히 이야기하는 대회뽕 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평소 페이스보다 더 빠른데도 불구하고 달리다보면 덜 힘들게 느껴지는 구간이 찾아오는데, 이를 러너스하이 라고 한다. 여전히 자주 찾아오는 순간은 아니고, 여전히 숨가쁘고 힘든 고통이 수반될 때가 더 잦지만, 계속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아마 그 순간과 달리기를 마친 후에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 덕분이 아닐까?


두 번의 10km 대회, 그리고 PR

달리기 가장 좋은 계절인 가을. 차들이 잠시 멈춰선 서울 시내를 달리는 순간이자 지난 1년간의 달리기를 기념하고자 10km 대회를 연달아 달렸다.

서울 시청과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서울레이스와, 잠실 주경기장부터 잠실대교까지 이어지는 손기정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였다. 1시간 이내로 10km 달리기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1km를 6분 이내 페이스로 10km 를 달려야만 가능한 기록이기도 했다. 런수저들에게는 쉬운 기록이었겠지만, 보통 체력의 소유자이자 달리는 순간만큼은 타협의 달인인 나에게는 꽤나 어려운 기록이라고 느껴졌다.

첫 참가했던 10km 대회인 서울 레이스는 42초 초과한 1시간 42초에 완주하여 목표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 잠시 변명을 하자면, 이 날 달리는 중에 생각보다 비가 많이 와서 우중런 대비가 충분치 못한 나에게 고난의 레이스였다. 기록을 위해 열심히 뛰었으나 러닝화 앞코가 다 젖고 양말도 축축해질만큼 쏟아지는 빗속에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만 했다.


아쉬움도 잠시, 곧바로 이어지는 2022년 마지막 대회인 손기정 마라톤에서 10km를 다시 달리게 되었다. 이 때도 혼자보단 함께의 가치를 믿고, 지인 중에 가장 달리기가 빠른 오빠를 페이스메이커로 섭외해서 같이 달리게 되었다. 10km를 30분 후반~40분 초반에 달려버리는 달리기 고수 오빠 덕분에, 가능할까 싶었던 1시간 내 10km 완주하기를 56분대에 뛰어버렸다!

이 글에서 또 다시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달리기를 통해 배운 꾸준함의 힘

백신패스 만료와 함께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달리기지만, 2022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달리기로 시작해서 달리기로 끝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또한 기억은 기록과 함께할 때 더 오래 기억됨을 알기에, 내가 달리는 이유를 달리기가 좋은 이유들로 요약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 Lifestyle
    • 높은 접근성: 특별한 장비나 팀이 필요 없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 성취감과 자존감: 정해진 거리나 시간을 완주했을 때 느끼는 작은 성취감들이 쌓여 일상의 자신감을 만들어준다.
  • Mental Health
    • 스트레스 해소: 일정 시간 달리면 뇌에서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분비되어 우울감과 불안을 완화하며 행복감을 준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조절하여 불안감을 줄이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움직이는 명상’의 효과가 있다
    • 수면의 질 향상: 규칙적인 달리기는 생체 리듬을 조절하여 더 깊고 편안한 잠을 자는데 도움을 준다.
  • Physical Health
    • 체중 관리: 짧은 시간에도 칼로리 소모량이 큰 편이며, 특히 달리기 후에도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유지되는 ‘애프터번(Afterburn)’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심혈관/근력 강화: 심폐지구력이 향상돼서 심장병·고혈압 위험을 감소시키며,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체력 회복이 빨라진다. 또한, 하체 근력이 강화되어 골다공증 예방과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 인지 기능 향상: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활성화되는데, 이는 학습 능력과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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